2004년부터 김만배씨와 친분 쌓은 것으로 드러나…‘법조팀 인맥’
9억원 거래에 차용증‧담보 없고 이자 불명확, 조사위 “정상적 거래 아냐”

▲ 서울 공덕동에 위치한 한겨레 사옥(왼쪽)과 김만배씨. 사진=미디어오늘 자료사진, ⓒ 연합뉴스
▲ 서울 공덕동에 위치한 한겨레 사옥(왼쪽)과 김만배씨. 사진=미디어오늘 자료사진, ⓒ 연합뉴스

편집국 간부의 ‘김만배 돈거래’ 사건 한겨레 진상조사위원회 결과, 9억 원 돈거래에 차용증·담보가 없었고 이자에 대해서도 뚜렷하게 약속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겨레는 19일 홈페이지와 20일자 지면에 석진환 전 신문총괄의 김만배 사건 관련 진상조사 중간경과를 공개했다. 한겨레 사내외 인사로 꾸려진 진상조사위는 이번달 초부터 석 전 총괄에 직접 서면 답변을 받고 추가 질의를 하는 등 자체적으로 사실관계 파악에 나서고 있다.

▲ 20일자 한겨레 2면.
▲ 20일자 한겨레 2면.

진상조사위에 따르면 3차례에 걸쳐 법조팀 기자로 활동한 석 전 총괄은 2004년부터 당시 머니투데이 법조팀장이었던 김만배씨와 친분을 쌓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다 정치팀장을 맡고 있던 2019년 3월, 김만배씨로부터 아파트 분양을 위해 9억원을 빌리기로 구두약정 했고 이어 계약금과 중도금 납입 시기에 맞춰 모두 5차례, 김만배씨로부터 8억 9000만원(선이자 1000만원)을 수표로 받았다.

석 전 총괄은 진상조사위에 입주 시점(2021년 8월)에 분양 아파트를 전세로 내놓아 빌린 돈을 모두 갚는다는 게 애초 계획이었으나, 김만배씨의 제안으로 우선 입주하고 자녀가 학업을 마치는 2023년 초에 상환하기로 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돈거래 당시 차용증·담보가 없었고, 이자에 대해서도 뚜렷하게 약속하지 않아 진상조사위는 정상적인 사인 간 금전거래로 보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진상조사위는 경과발표에서 “이 전 간부가 청약할 당시, 분양가 9억 원 초과 아파트에 대해 중도금 대출이 되지 않았다. 분양금 규모에 비춰볼 때 김씨와의 9억 원 돈거래가 없었다면 이 청약은 시도하기 힘들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그런 점에서 진상조사위는 이 전 간부가 비상식적 돈거래를 통해 경제적 이득을 추구했다고 본다. 이는 언론인으로서의 청렴 의무 등 일반적인 상식 수준을 크게 벗어난 것”이라고 했다.

▲ 2022년 12월9일 오전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 2022년 12월9일 오전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석 전 총괄이 김만배씨나 대장동 관련 한겨레 보도에 영향을 미쳤는지도 주요 쟁점이다. 대장동 사건이 보도되기 시작한 2019년 이후 최근까지 편집국 내 핵심 직책을 그대로 맡았기 때문이다. 석 전 총괄의 돈거래 사실을 알고도 회사에 보고하지 않아 대기발령 조치된 전 사회부장 역시 대장동 보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위치다.

진상조사위는 2022년 3월5일 동아일보 <남욱 “김만배, 기자 집 사준다며 돈 요구…6억 전달”> 기사 이후 석 전 총괄이 전 사회부장에 돈거래 사실을 털어놓았다며 “당시 부장이 이를 회사에 보고하지 않은 데에 사적 친분 요소가 작용한 건 아닌지, 이해충돌에 대한 조직의 민감도가 떨어져 있는 건 아닌지 주의 깊게 계속 들여다보고 있다. 당시 법조팀에서도 이 기사를 주목하지 않아 별도의 기사보고를 하지 않았고, 사실관계를 알고 있는 이 부장은 기자들에게 이와 관련 아무런 취재 지시를 내리지 않았음이 이번 조사에서 확인됐다”고 했다.

이어 “2022년 12월29일 정영학 녹취록을 바탕으로 <대장동 키맨 김만배 “기자들에게 현금 2억씩, 아파트 분양권도 줬다”>라는 뉴스타파 보도에 한겨레가 크게 주목하지 않았음도 확인했다. 매체명이 나오거나 사실관계가 확인되진 않았지만, 이번 사건과 관련한 언론계 문제를 보여줄 수 있는 보도이었음에도 확인취재 등이 이어지지 않았다”며 추후 계속 조사할 뜻을 밝혔다.

진상조사위는 이달 초 백기철 편집인이 위원장을 맡는 등 처음엔 사내 구성원 위주로 구성됐지만 현재는 김민정 한국외국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위원장), 법무법인 지향 이상희 변호사,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겸임교수, 진민정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 등 외부 인사 4명이 사내 구성원과 함께 참여하고 있다.

진상조사위에 참여하고 있는 권태호 한겨레 저널리즘책무실장은 19일 통화에서 “아무래도 동력이 떨어질 수 있고, 외부 인사도 있기 때문에 진상조사위를 마냥 길게 하지는 못한다. 빠르고 투명하게 최종결과를 공개할 것”이라며 “현재는 진상조사에 집중하고 있다. 재발방지를 위한 전반적인 시스템 및 제도 개선은 추후에 또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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